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이었어요.
차마 그 예쁜 눈을 밟기가 아까워서 등교길에 늦었던 기억이 나네요.
오세영 선생님도~~
무심하게 길가에 떨어진 벚꽃잎을 차마 사뿐히 즈려밟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좋은 시 추천 - 오세영 '주차장에서'
주차장에서
빈 공간에
무심히 진입하려다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바닥에 눈부신 꽃잎 꽃잎,
내 어찌 그 위에 타이어자국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차창 밖으로
무연히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본다.
자연은 버릴것이 없느니
이 아침 수거함에 내다 버린
내 쓰레기 봉지를 생각한다.
구겨진 한 다발의 원고뭉치와
몇 개의 빈 맥주 캔,
아직도 젖어 있던 찻잎 찌꺼기 그리고
비닐 약 포지 몇장,
...........
순간 뒤에서 경적이 울린다.
공간을 뺏기지 않으려 반사적으로
가속기를 밟는다.
오늘의 내 쓰레기 목록에
꽃잎 한 움큼을 더 추가시킨다.
- 오세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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