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이었어요.

차마 그 예쁜 눈을 밟기가 아까워서 등교길에 늦었던 기억이 나네요.

 

오세영 선생님도~~

무심하게 길가에 떨어진 벚꽃잎을 차마 사뿐히 즈려밟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좋은 시 추천 - 오세영 '주차장에서'

 

 

 

 

주차장에서

 

빈 공간에

무심히 진입하려다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바닥에 눈부신 꽃잎 꽃잎,

내 어찌 그 위에 타이어자국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차창 밖으로

무연히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본다.

자연은 버릴것이 없느니

이 아침 수거함에 내다 버린

내 쓰레기 봉지를 생각한다.

구겨진 한 다발의 원고뭉치와

몇 개의 빈 맥주 캔,

아직도 젖어 있던 찻잎 찌꺼기 그리고

비닐 약 포지 몇장,

...........

순간 뒤에서 경적이 울린다.

공간을 뺏기지 않으려 반사적으로

가속기를 밟는다.

오늘의 내 쓰레기 목록에

꽃잎 한 움큼을 더 추가시킨다.

 

- 오세영 -

 

 

 

by 은하계맘s 2015. 3. 26.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