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맘은 한국 전통악기중에서 해금을 좋아해요.

우는듯한 소리가 정말 가슴을 적셔주는 그런 악기지요.

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의 이야기가 가슴에 절절히 적셔오는것 같아요.

 

 

좋은 시 추천ㅡ김수영 시인 '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

 

 

 

 

 

해금을 켜는 늙은 악사

 

 

그의 손가락이 현 위에서 춤을 추자

한때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던

주름진 미간이 떨린다

두 둘 현 위에서 길을 읾은 것은 아닌지

죄었다 풀며 현 위를 구르는 소리가

그를 이 세상 밖으로 밀어낸 건 아닌지

그가 빠졌던 숱한 구렁

그 굽이에서 건져올리는 저 질긴 소리

 

굿판에 서지 않으면 온몸이 시름인

저 늙은 넌의 굿에는 마른천둥이라도 불러야지

숨가쁜 북장단에 무당은

시퍼런 양날 작두 위에 서고

그는 한치 제겨디딜 데 없는 

두 줄 현 위에 서서 먼 곳을 본다

 

-김수영- 

by 은하계맘s 2015. 4. 29. 11:28

지독히도 술을 좋아하는 한 사내가 있습니다.

하느님이 무어냐? 우주가 무어냐? 그게 대수냐?

그런것들~~내 앞에 한사발 놓인 장수막걸리만도 못하다...

 

주머니는 빈털터리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화자를 떠올리자니,

웃음이 절로 나는 시입니다.^^

 

 

좋은 시 추천ㅡ박찬일 시인 '장수막걸리를 찬양함'

 

 

 

 

 

장수막걸리를 찬양함

 

 

거울은 빈털터리다

아주도 빈털터리다

우주라는 말도 빈털터리다

빈털러리도 빈털터리다

막걸리도 빈털터리다

막걸리가 맛있다

 

아! 막걸리가 맛있습니다.

 

 

-박찬일-

by 은하계맘s 2015. 4. 22. 10:28

올 봄은 유난히 봄비가 자주 내리네요.

비가 자주 오는 만큼 기온도 낮고요.

벚꽃이 지는 4월 중순에도 겨울옷을 꺼내 입게 되네요. ㅜ.ㅜ

이번 봄비가 지나가고면 정말로~ 따뜻한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좋은 시 추천ㅡ이수복 시인 '봄비'

 

 

 

 

 

봄비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 이수복 -

by 은하계맘s 2015. 4. 18. 20:54

박명용 '일산 국립암센터에서-햇살' 좋은 시 추천!

 

 

 

 

 

일산 국립암센터에서-햇살

 

 

오후가 되면

서향의 입원실에 햇살 몇 줌 들어와

눈앞에 어른거린다

나는 슬그머니 침대에서 일어나

햇살을 따라

발길을 이리저리 옮긴다

순간,

눈부신 햇살,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인생처럼

오늘도 그렇게 슬그머니 사라진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

기다려지는 햇살 몇 줌의 사랑

 

 

- 박명용 -

 

 

by 은하계맘s 2015. 4. 5. 12:20

좋은 시 추천 - 오세영 '극작가'

 

 

극작가

 

 

착하게 살고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던 청년,

아름다운 연인을 남겨둔 채 잠자리에서

급사를 했다.

 

신도 워드를 치실 때는 가끔

실수를 하시는 것일까.

키를 잘못 눌러 일순 허공에 날려버린

로망스의 한

패러그래프.

 

 

-오세영-

by 은하계맘s 2015. 3. 28. 23:30

좋은 시 추천 - 오세영 '티비를 켜며'

 

 

티비를 켜며

 

 

리모컨으로 티비를 켜며

물질도 사랑 없인 살 수 없음을

문득 깨달아 알았나니

그의 간절한 소망에 감응하여

갑자기 살아 숨쉬는 무쇳덩어리,

티비는

오늘 하루의 행복을 화사하게 열고 있구나.

관능은 접촉에서 일고

사랑은 마음에서 얻어지는 법,

내 오늘 리모컨으로 티비를 켜며

물질도 마음 없이 살 수 없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나니.

 

 

- 오세영 -

by 은하계맘s 2015. 3. 28. 14:06

좋은시 추천 ㅡ 오세영 '슈퍼마켓'

 

슈퍼마켓

 

우주가 여기 있구나

삼라만상 두두물물

없는 것 없다.

심지어 하늘 높이 매달린 태양,

그 휘황한 조명 아래

모든 사물들 각자 제자리를 지킨다.

여기는 들인가,

꽃에서 곡식, 채소까지.....

여기는 산인가,

나무에서부터 돌, 쇠붙이까지......

여기는 바다인가,

어류에서부터 조개, 진주까지......

일사불란,

그러나 아무것도 살아있는 것은 없구나.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으랴,

가격에 따라

A코너 B코너 C코너......

A좌대 B좌대 C좌대......

가로 세로

금 안의 공간에 놓인 사물들은

단지 하나의 숫자일뿐.

산을 보아라,

숲과 새와 짐승과 바위가 어디

금을 긋고 살던가.

지구 최후의 날,

이성만 남고

인간이 죽어버린 이 세계를 나는 오늘 문득

여기서 본다.

 

 

-오세영-

by 은하계맘s 2015. 3. 27. 14:06

어릴때 시골에서 살때는 아토피, 비염같은걸 모르고 살았는데요.

아이들이 아토피와 비염으로 고생하는걸 보면 참 안타깝네요.

아파트라는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생명을 숨쉬게하는 공간이 못되는것 같아요.

요즘은 부쩍, 어릴적 살던 흙집이 참 그립습니다.

 

좋은 시 추천 - 오세영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로 이주한 이후부터 항상

코가 막힌다.

실내 공기가 건조해서 그러니

가습기를 틀라 한다

시멘트 벽은 숨을 쉬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생명은 항상 숨쉬는 곳에서만 태어나는 것,

그래서 풀과 꽃과 나무도 흙에서만

자라지 않던가.

생명은 물기,

마른 공기만이 가득 찬 도시의

아파트는

생선 건조장일지도 모른다.

 

바싹

말린 좌판의 명태.

 

 

-오세영-

 

 

by 은하계맘s 2015. 3. 27. 09:21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이었어요.

차마 그 예쁜 눈을 밟기가 아까워서 등교길에 늦었던 기억이 나네요.

 

오세영 선생님도~~

무심하게 길가에 떨어진 벚꽃잎을 차마 사뿐히 즈려밟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좋은 시 추천 - 오세영 '주차장에서'

 

 

 

 

주차장에서

 

빈 공간에

무심히 진입하려다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는다.

바닥에 눈부신 꽃잎 꽃잎,

내 어찌 그 위에 타이어자국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차창 밖으로

무연히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본다.

자연은 버릴것이 없느니

이 아침 수거함에 내다 버린

내 쓰레기 봉지를 생각한다.

구겨진 한 다발의 원고뭉치와

몇 개의 빈 맥주 캔,

아직도 젖어 있던 찻잎 찌꺼기 그리고

비닐 약 포지 몇장,

...........

순간 뒤에서 경적이 울린다.

공간을 뺏기지 않으려 반사적으로

가속기를 밟는다.

오늘의 내 쓰레기 목록에

꽃잎 한 움큼을 더 추가시킨다.

 

- 오세영 -

 

 

 

by 은하계맘s 2015. 3. 26. 09:20

중학교 2학년인가...

쉬는 시간에 옆 친구와 오목을 두었어요.

그 시절에 오목을 제가 엄청 잘 했지요.

제가 친구를 이겼어요.

 

근데, 옆에서 영어 선생님이 지나가면서 이러는거예요.

 

' 오목만 잘 두면 뭐하냐? 공부를 잘 해야지'

 

헐...

 

상대방 아이가 우등생이긴 하지만, 저도 꽤나 공부를 잘 하는편이었거든요?

선생님한테 이런 무시 당해본 것 처음이었고 정말 기분 나빴어요.

 

저보다 공부 잘 하는 애한테는 제가 일부러 오목을 져줘야 된다..이런겁니까?

그게 학생의 도리입니까?

 

뭐든지 공부, 성적으로 단정지어버리는 선생님들~ 어른들때문에 얼마나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지,

어른들이 그냥 툭~ 던지는 한마디에 그 아이의 자존감이 얼마나 철저하게 짓밟히는지 어른들은 꼭 알아야만 합니다.

 

왜 그순간 저를 보고 그런 말을 내뱉었을까요?

 

아마도 성적이 안좋으면 다른 것도 다 보잘 것 없는 아이,

다른 재능따위는 돌아볼 필요도 없다 라고

평소 그 선생님은 생각하고 있었던것이겠지요.

 

그 장면만큼은 23년 전의 일인데도 어제일처럼 생생하네요.

어찌나 자존심이 상하던지...

 

내가 치사해서라도 그 애보다 성적 더 나와야되겠구나,

정말 부들부들 떨면서 이갈면서 시험공부했던 기억이 나네요.--;

 

 

청소년 시 추천 - 박성우 '용서를 받다'

 

 

 

 

 

용서를 받다

 

 

짝이 돈을 잃어버렸다

몇 번이고 같이 찾아보았지만

잃어버린 돈은 나오지 않았다

 

날 의심하는 거야?

너 아니면 가져갈 사람이 없잖아!

짝은 엉뚱하게도 나를 의심했다

아니라고 부정할수록 자존심만 구겨졌다

 

하늘이 백조각 나도 나는 결백하다

 

기어이 교무실까지 불려 가고 말았다

담임 선생님도 나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끝까지 아니라고 했지만

이번 한 번만 그냥 넘어간 준다며

너그럽게 다그쳤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고

이를 앙다물고 참아도 눈물이 났다

 

내 짝은 우리반 일등에다가

모든 선생님들께 예쁜을 받는 애니까

 

어이없게도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이 용서를 받았다

 

 

- 박성우 -

 

 

 

by 은하계맘s 2015. 3. 25. 13:50
| 1 2 |